실거주한다며 쫓아낸 집주인, 2년 안 재임대했다면 배상 책임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전세계약 갱신을 거절한 뒤 2년 안에 새 세입자를 들였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습니다.
돈이 급해 어쩔 수 없이 재임대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배상을 피하지 못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집주인이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배상액은 환산월차임 3개월분·새 세입자와 차임 차액 2년분·실제 손해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정해집니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확정한 '정당한 사유' 기준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이 2년 안에 새 임차인을 들였다면, 그 재임대가 왜 불가피했는지를 집주인 스스로 입증해야 손해배상을 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제2부는 전 세입자 A씨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3,08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실거주 사유로 갱신 거절한 뒤 재임대한 사안에서 '정당한 사유'의 기준과 증명책임 소재를 처음으로 명시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기 위해선 임대인이 갱신 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던 사정으로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하는 게 불가피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집주인이 "다른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해서 돈이 급했다"고 항변했지만, 그 보증금 반환 채무는 갱신 거절 당시 이미 예상할 수 있던 사정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세입자가 청구할 수 있나
사건의 세입자 A씨는 2020년부터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를 보증금 6억 6,000만원에 전세로 빌렸습니다. 2022년 5월 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자신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거절했습니다.
집주인은 1년 2개월 실거주한 뒤 2024년 2월 새 세입자와 보증금 8억 2,000만원에 새 임대차계약을 맺고 4월 집을 넘겼습니다. 원래 계약이 갱신됐더라면 A씨가 2024년 9월까지 살 수 있었던 집이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실거주 사유로 갱신을 거절한 집주인이 '갱신됐더라면 살 수 있었던 2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하면 전 세입자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거주하겠다며 쫓아낸 집주인이 원래 계약 만료일로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줬다면, 세입자가 1년 넘게 실거주했더라도 청구 대상이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집주인이 1년 2개월 거주 후 재임대했지만 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배상액은 셋 중 가장 큰 금액
배상액은 당사자 간 미리 정한 합의가 없다면 다음 셋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산정됩니다.
- 환산월차임 3개월분
- 새 세입자와 기존 세입자의 환산월차임 차액 2년분
- 임차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
환산월차임은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보증금 차액이 크고 새 세입자 보증금이 많이 올랐다면 두 번째 항목이 커지는 구조라,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른 지역에서 특히 유리합니다.
이번 사건의 3,080만원도 새 계약과 원래 계약의 환산월차임 차액 2년분을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입니다.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영수증 등 실제 손해 자료를 모아 두면 세 번째 항목을 올릴 수 있습니다.
증명책임은 집주인에게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집주인이 입증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2년 안에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줬다는 사실만 보여 주면 되고, 그 재임대가 피할 수 없는 사정이었다는 설명은 집주인 쪽에서 자료로 증명해야 합니다.
재임대 사실은 주민센터 등 확정일자 부여기관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신분증과 이전 계약서를 가져가 요청하면 임대차 목적물, 당사자 성명, 확정일자 부여일, 보증금과 차임, 임대차 기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갱신 요구 내용증명, 집주인의 거절 통지, 이사 비용과 중개수수료 영수증을 함께 보관해 두면 소송 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청구는 내용증명으로 먼저 요구한 뒤 응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소액사건이면 소액사건 절차를 쓸 수 있고,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에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